Review

[서울대학교] 리뷰 - 안녕, 모든 서울대학교:||

Dongho150 2026. 3. 11. 15:03

 

 

  졸업식을 한지가 꽤 오래됐는데, 이래저래 할 것도 있고 일본 여행도 다녀오다 보니 이제서야 대학교 졸업에 대한 글을 쓰게 되었다. 그리워하는 것은 좋아하지만 후회하거나 아쉬워하는 것은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모든 운명은 이미 정해져있기 때문이다. 그저 삶을 끝없이 연기하면 될 따름인 것이다. 그럼에도 대학생활에 대해서 솔직히 성취감이나 만족감보다는 아쉬움과 후회가 많이 남는 것 같다.("부끄러운 인생을 살아왔습니다.") 코로나 직격을 맞은 20학번이긴 하지만 솔직히 코로나가 없었어도 당시의 내가 너무나 미성숙하고 어리석어서, 크게 다른 점은 없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대학교에 입학한 20년도에는 집에서 하루종일 게임을 하며 주로 시간을 보냈다. 주로 고등학교 친구들과 롤을 많이 했지만 혼자 다크소울3를 엄청 열심히 했다. 입시라는 불꽃이 꺼진 불꺼진 재에 가까운 상태였기 때문일까, 정말 즐겁게 플레이했다. 어쩌면 게임이라도 했기에 불을 잃지 않고 코로나 블루를 넘길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실제로 다크소울3가 우울증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도 있다.

 

 

  2학년이 되고,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가 풀리면서 나름의 사회활동을 시도하기 위해 동네 대학생들과 스터디를 했다. 그중 고등학교 친구도 있었는데 고등학교 때는 크게 안 친했는데 지금은 매우 친해졌다. 그 때까지는 친구가 분명 물리학도였는데 과격한 테크트리 전환을 하더니 지금은 예술인이 되버렸다. 뭐든 허투로 하는 법이 없는 모습에 좋은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다. 그 때 친구를 만난 것도 인생에 매우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또 이 때 스터디를 같이 한 여자애와 뮤지컬 이야기를 하던 중 인생에서 가장 큰 깨달음과 방향을 얻었다. 대학입시라는 명확하고 쉬운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내가 다시금 의미를 찾은 것이다. 삶이 하나의 연극이라고 했을 때 배우인 나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극의 줄거리를 바꿀 수 없다. 그저 무대 위에서 끝까지 자신의 삶을 연기하는 것에야말로 진정한 의미가 있다. 결국은 자유의지를 부정하고 삶 그 자체에 가치가 있다는 간단한 결론이다. 당연한 거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머리로 아는 것과 마음을 울리며 완전히 이해한 것은 다르다.

 

 

  3학년 때는 게임 만드는 동아리에 들어가서 개발자로 활동한 게 기억에 남는다. 이 때 그래도 또래 나이의 친구들과 대화도 많이 하고 사회생활 비슷한 것을 처음 해본 것 같다. 역으로 강력한 INTP인 내가 엔지니어로서 부족하다는 것도 많이 느꼈다. 엔지니어란 만들기로 한 것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만들어내야 하는 사람이다. 내가 들어오기 전의 개발자 친구(걔가 군대 가서 내가 대신 들어갔다)는 그게 되는 뛰어난 엔지니어였지만 나는 내가 맘에 안 드는 건 만들고 싶지 않아하는, 엔지니어로서는 폐급이었다. 그렇다면 기획자로서는 괜찮았냐? 하면 그것도 좀 애매한 것 같다. 당시의 나는 엔씨소프트의 비즈니스 모델의 신봉자였다. 유저의 지갑을 청소기처럼 털어먹는, 유사 카지노 BM이다. 실제로 당시의 엔씨소프트는 압도적이고 지배적이었지만 내가 군대를 갈 때쯤, 그 왕국은 무너졌다. NC의 몰락과 함께, 지금은 게임이나 엔터가 단순한 돈벌이 도박장을 넘어 종합예술로서의 가치도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리고 내가 엔지니어를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금융, 투자 쪽을 더 좋아하고 적성에 맞는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또한 동아리에서 지금의 여자친구를 만난 것도 인생의 가장 큰 행운 중 하나였던 것 같다.

 

  그 다음에는 1년 6개월 군대를 다녀왔는데 따로 글이 있으니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2024.10.17 - [헛소리] - 군생활 중 깨달은 것들 (1.1) 성장의 성질 : 원하는 결과가 안 나와도 계속해야 하는 이유

 

군생활 중 깨달은 것들 (1.1) 성장의 성질 : 원하는 결과가 안 나와도 계속해야 하는 이유

아래 보이는 것은 최근 1년간 내 주식계좌의 수익률을 나타낸 성장곡선 그래프다. 군생활 중에 주식 공부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고 20년도에 투자를 시작한 이후 최근 1년간 유의미한 수익이 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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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대에 다녀온 후에는 금융학회 UFEA에서 금융공학 공부를 처음 했는데 상당히 재미있었다. 애니메이션 강철의 연금술사를 좋아하는데 강철의 연금술사에 나오는 "등가교환의 법칙"과 유사한 "무차익거래 원칙"을 기반으로 "금"융을 다루는 게 상당히 흥미로웠다. 금융학회 이외에는 크게 동아리나 활동 없이 수업을 열심히 듣다가 졸업을 하게 되었다. 좀 더 많은 것에 적극적으로 도전을 하는 대학생활이 되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약간 있지만 그래도 분명 좋은 사람들과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어서 즐거웠던 것 같다.


"안녕이란 게, 뭐야?(아야나미 레이)"
"뭐랄까, 다시 만나기 위한 주문.(호라키 히카리)"
- 신 에반게리온 극장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