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아처] 리뷰 : 인생의 궁도를 찾아

Dongho150 2025. 11. 10. 17:58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책 <연금술사>의 작가인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아처>를 아주 인상깊게 읽었다. 사실 연금술사에 비하면 소설보다는 그림책에 가깝다. 내용을 곱씹으며 천천히 읽어도 2~3시간이면 다 읽을 분량이고 그림도 엄청 많아서 읽기 편하다. 인상깊었던 장면과 문구들을 소개한다.

 

 

 

1. 진과 이방인의 활쏘기 대결

두 아처의 뜨거운 근접전(?)

  소설은 한 이방인 궁수가 과거 활의 달인이라 불리던 진을 찾아와 궁술 대결을 신청하면서 시작된다. 이방인은 40m 거리의 체리 열매를 맞추는 놀라운 활쏘기 실력을 과시하지만 진은 낭떠러지 사이의 징검다리에서 20m 정도 거리의 복숭아를 맞춘 후, 똑같이 해보라고 응수한다. 이방인의 기술은 분명 탁월했지만 낭떠러지 사이의 흔들리는 징검다리라는 상황은 이방인의 마음을 뒤흔들었고, 이방인은 궁술 대결에서 패해 돌아간다. 이러한 궁술의 경지는 평소에 내가 글에 자주 쓰는 압박감을 버티는 능력과 깊은 연관이 있다. 누구나 편하고 여유로운 상황에서는 높은 퍼포먼스를 보여주지만 진정한 실력과 퍼포먼스는 상황이 극단적으로 압박해올 때 드러나게 되어있다. 

 

"궁사가 언제나 전장을 택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다시 수련을 시작해 곤란한 상황에도 대비하십시오. 계속 궁도에 매진하세요. 그것은 평생에 걸쳐 가야 할 길이니까요. 화살을 정확하게 잘 쏘는 것과 영혼의 평정을 유지하고 쏘는 것은 매우 다르다는 점을 기억하십시오."

 

 

 

2. 동료

배르세르크

솔직히 나는 동료를 만드는 능력이 좀 많이 부족한 것 같다. 동료가 있으면 좋은 점이 많은 걸 경험적으로 알아도 뭘 하든 심리적으로 혼자가 편하다. 사람이 그냥 싫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다만 확실히 싫어하는 사람의 유형은 어느 정도 있다. 과도하게 감정적인 사람, 과도하게 비관적인 사람은 별로 안 좋아한다. 이것들은 내가 생각하는 지우고 싶은 나의 단점이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안 좋은 점을 다른 사람의 모습에서 보면 스트레스가 급격히 몰려온다. 내 mbti가 iNTP(i는 약하고 NTP는 초강력)인데 그래도 같은 INTP인 사람들이 대부분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책에서 진이 말하는 좋은 동료의 모습도 어느 정도 내가 생각하는 흥미로운 친구, 동료의 조건에 확실히 맞는 것 같다.

 

"새로운 일을 시도하고, 위험을 무릎쓰고, 넘어지고, 상처받고, 그러고도 더 많은 위험을 무릅쓰는 사람들과 어울려라. 마음이 활짝 열린 사람들, 자신의 약점이 드러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과 어울려라. 활을 만든 나무처럼 유연하고 길 위의 신호들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과 어울려라. 넘어설 수 없는 장벽을 만나거나 더 나은 기회를 포착하면 주저 없이 방향을 바꿀 줄 아는 사람들 말이다. 그들은 물과 같은 속성을 지녔다. 바위를 돌아흐르고, 강물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때로는 텅 빈 구덩이가 가득차도록 호수를 이루었다가, 넘치면 다시 흘러간다. 물은 제가 가야할 곳이 바다임을, 언젠가 바다에 닿아야 함을 절대 잊지 않기 때문이다."

 

 

3. 활, 화살, 표적

슬램덩크

활과, 화살, 표적의 개념은 꼭 실제 궁술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농구선수에게는 손과 팔이 활의 역할을, 농구공과 골대가 화살과 표적의 역할을 한다. 스포츠의 범위를 벗어나서도 우리는 삶의 목표, 표적을 정해 그 표적을 향해 의도라는 화살을 계속해서 쏘며 살아간다. 특히 활과 화살의 개념보다 표적에 대한 부분이 매우 인상깊었다.

 

"표적을 선택하는 이는 궁사다. 하지만 표적은 늘 멀리 떨어져 있고 화살이 빗나가더라도 절대로 표적을 탓할 수는 없다. 여기에 궁도의 아름다움이 있다. 상대가 더 강했기 때문이라고 자신을 변명할 수 없다는 것."

 

우리는 활과 화살에는 신경을 많이 쓰지만 정작 표적을 고르고 표적을 대하는 일에 있어서는 소홀해지기 쉽다. 활과 화살에 문제가 없으니 표적이 잘못이라고 표적을 탓하고 적대시해서는 안된다. 애초에 표적을 선택하고 표적이 표적으로서 존재하게 만드는 것은 궁사이기 때문이다.

 

"궁사가 존재해야 표적도 존재한다. 표적을 맞히려는 궁사의 욕망이 표적의 의미를 만든다. 화살이 표적을 찾듯 표적도 화살을 찾는다. 표적은 화살이 있어야 존재 의미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때 비로소 표적은 궁사에게 하찮은 종이조각을 넘어 세상의 중심이 된다."

 

 

4. 반복

슬램덩크

 "충분하지 않다고 느끼면 언제든 또다시 반복하고 연습해라." 

슬램덩크, 귀멸의 칼날과 같은 소년만화에서 훈련은 박진감 넘치고 열정적인 느낌으로 묘사된다. 그러나 현실에서 탁월함을 얻기 위해서는 차갑고 지루한 반복적 훈련을 이겨내야 한다.

 

페이트 스테이 나이트

 

사실 반복은 정확히 같은 동작의 반복이 아니다. 상황에 달라져도 같은 퍼포먼스를 내야 하는 것이 반복 훈련이기 때문이다.

 

"반복도 마찬가지다. 항상 비슷해보여도 매번 다르다. 풍차를 보아라. 풍차의 날개는 같은 속도로 돌아가며 언제나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풍차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은 풍차의 날개가 바람에 따라 움직이며 필요에 따라 방향을 바꾼다는 사실을 안다. 그리고 숱한 훈련 끝에 마침내 자신의 행동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순간이 온다. 그때부터 궁사는 스스로 자신의 활과 화살, 표적이 된다."

 

5. 활과 화살과 표적이 없는 궁사

 

수많은 훈련 끝에 궁도에 도달한 궁사에게는 활도, 화살도, 표적도 더 이상 필요없다는 부분도 매우 인상깊었다. 활이 안 좋아서, 화살이 별로라서, 표적인 너무 멀어서와 같은 불평불만은 없다는 것이다. 결국 삶의 목표와 투쟁, 가야할 길, 결과까지 모두 내 자신에게서 비롯되어 찾아내는 것이다. 글을 읽는 당신도 언젠가 당신만의 궁도에 도달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활과 화살과 표적은 이제 필요하지 않다. 그 길에 이르게 한 수단보다는 길 자체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궁도는 기쁨과 열정의 길, 완벽함과 실수의 길, 기술과 직관의 길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화살을 쏘아야만 이 모든 것을 깨우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