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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1 vs KT] : 롤드컵 결승 리뷰

Dongho150 2025. 11. 10. 01:19

오늘은 롤드컵 결승전 T1 vs KT 리뷰로 돌아왔다. 솔직히 이 두 팀이 결승에 올 거라고 롤드컵이 시작하기 전에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실제로 두 팀이 3시드와 4시드이기도 하다. 특히 T1은 8강이 고비이고 8강만 이겨내면 결승은 올 거 같았는데 KT가 젠지를 압도하고 결승에 올 거라고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경기는 작년 롤드컵 결승만큼 매우 재미있었다. 경기에서 인상적이었던 장면들을 소개해보려 한다.

 

1세트

밴픽은 개인적으로 KT가 좀 더 좋아보였다. 뽀삐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결국 두 팀이 바텀 주도권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애쉬 브라움에 비해 바루스 뽀삐가 약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라인전을 리드한 것은 애쉬 브라움이었고 KT는 바텀 주도권을 바탕으로 스노우볼을 굴리며 2용과 3유충을 빠르게 완성하며 매우 유리하게 경기를 이끌었다.

 

그러나 KT가 3용을 완성시킬 수도 있는 용 한타에서 오너의 신짜오가 궁으로 상대 진영을 박살냄과 동시에 도란의 암베사가 호응하면서 완벽한 전투로 용스택을 끊으면서 대승을 거두면서 흐름이 완전히 바뀌게 된다. 이때부터는 여러 의미에서 티원 쪽으로 흐름이 넘어가는 느낌이었고, 결국 티원이 1세트를 가져가게 된다.

 

2세트

2세트 역시도 KT의 밴픽이 훨씬 좋아보였다. T1 조합의 가장 큰 문제점은 딜부족이다. 시비르 사일러스는 딜도 모자르고 팔도 짧다. 물론 자르반이 잘 크면 딜이 나오긴 하지만 팔이 긴 KT의 조합에 비하면 여러모로 불리한 점이 많아보였다.

 

우선 경기의 흐름을 KT쪽으로 완전히 가져오게 한 것은 비디디 멜의 쇼타임이었다. 저기서 페이커 사일러스가 핑퐁을 매우 잘했는데 결국 멜에게 처형당하고 지속딜에서 T1이 완전히 밀리면서 멜이 4킬을 쓸어담으며 과성장한다. 

KT의 유리함을 확정한 것은 퍼펙트의 렉사이의 절묘한 텔포 위치였다. 1세트 오너의 신짜오처럼, 상대 딜러가 딜을 할 수가 없게 만드는 허리를 끊는 위치에 정확히 렉사이 텔레포트가 꽂히면서 KT의 유리한 상황을 완전히 굳히게 된다. 결국 4용까지 챙기며 2세트는 KT가 가져간다.

 

3세트

3세트 역시 밴픽은 티원보다 KT가 좋아보였다. 사실 이론상으로는 T1의 조합도 그리 나쁘지는 않아보였지만 탱킹력의 차이가 너무 심해보였다. 비에고는 계속 몸을 갈아탈 수 없으면 엄청난 물몸이고 라칸도 핑퐁은 좋지만 탱킹에는 큰 도움이 안되기 때문에 레넥톤이 탱킹을 독박해야 하는 게 문제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롤드컵에서 빅토르가 나와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걸 본 적이 없는 것도 컸다. 빅토르로 이긴 경기도 딱히 빅토르가 좋아서 이긴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나 나름 티원도 인게임에서 좋은 플레이로 KT와 큰 차이가 벌어지지는 않는 좋은 게임 흐름을 가져가고 있었는데 중요한 순간마다 비디디의 신드라가 기가 막힌 Q-E를 덮어서 KT가 앞서가던 중 매우 중요한 한타에서 티원에게 재앙이 두 개 터진다. 우선 오너의 비에고가 비디디 신드라를 터트렸는데 여기서 신드라로 옷갈아입기를 실패하고 코르키에게 터진 것과 저기 보이는 블루 벽을 구마유시가 못 넘고 벽플을 박아버린 게 매우 컸다. 이후 3세트는 KT가 일방적으로 가져가게 된다.

 

4세트

4세트 밴픽은 티원이 훨씬 좋아보였다. 칼리스타-레나타를 티원이 가져간 것과 그라가스가 모데카이저보다 한타가 훨씬 좋다는 점, KT 조합이 이니시가 매우 부족해보인다는 점이 이유다. 다만 애니비아 같은 경우에 젠지의 쵸비가 4세트에서 KT를 상대로 사용했을 때 비디디 카시에게 완전히 밀렸다는 점에서 이걸 꺼낼 수 있는 페이커가 확실히 보법이 다르다는 것이 느껴졌다.

 

애니비아라는 챔피언이 장점도 많고 나도 미드에서 가끔 사용했었던 추억이 있어서 좋아하지만 솔직히 방어적이고 수동적인 챔피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4세트에서 페이커 애니비아는 2대1로 밀리고 있는 팀의 플레이라고는 믿기 힘들었다. 3용, 4용 등 중요한 순간에서 페이커는 상대를 매우 불편하게 만들었고 그렇게 4세트를 T1이 가져가면서 작년에 이어 다시 한 번 Silver Scrapes가 경기장을 울리게 된다. "극도의 압박감을 받는 경기 중에 페이커는 오히려 상대팀을 시험한다."라는 말에 걸맞는 플레이였다.

 

5세트

4세트가 끝나고 사실 2:1 상황에서 압박감을 저렇게 이겨낸 순간 티원이 이길 것 같다고 생각했다. 22drx, 24티원 모두 2:1로 압박받는 상황을 이겨내고 우승까지 차지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밴픽 같은 경우에도 이게 5세트가 아니면 KT 조합이 할 말이 있어보였는데, 티원 조합이 좀 더 카밀-갈리오, 미포-레오나의 Press R 조합에 가까워 티원의 밴픽이 더 좋다고 생각했다. 비디디의 스몰더도 충격적이긴 했는데 솔직히 인게임 플레이는 매우 훌륭했지만 그닥 좋은 판단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결국 5세트까지 오면서 신인이 많은 KT 선수들의 멘탈적인 한계가 어느 정도 드러나면서 티원이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었던 것 같다. 퍼펙트의 요릭은 판테온의 갱을 과도하게 당해주면서 카밀과 판테온이 과성장하게 만들었고 아타칸을 먹는 티원에게 피터의 노틸러스가 무리하게 이니시를 걸려다 미포 궁에 터져버리면서 팀원들도 같이 빨려들어가 대량 손해를 본다. 여기서 한타를 대패하고 용스택까지 끊기게 되면서 KT는 사실상 매우 불리한 상태로 게임을 하게 되었고 결국 구마유시의 미포와 오너의 판테온을 막지 못하며 5세트를 티원이 가져간다.

 

올해 롤드컵에서 T1, 젠지, KT 등의 경기를 보면서 느낀 점은 상대적 고점과 저점들에서 압박감을 견디는 것이 너무나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승과 탈락이라는 절대적인 고점과 저점 사이에는 예선, 8강, 4강, 결승 등 수많은 상대적인 고점과 저점들이 존재하며 그 속에 있는 경기들 안에서조차 우리에게는 상대적인 고점과 저점이 존재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러한 상대적인 고점과 저점들 사이를 이동할 때 어떤 태도를 보여주는가에 있다. 우리는 이러한 상대적인 고점과 저점들 사이에서 가장 원초적인 감정인 탐욕과 공포, 그리고 압박을 느낀다. 이 때 우리가 보여주는 태도가 우리가 위로 올라갈지, 아래로 추락할지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4세트 페이커의 애니비아처럼 상대적 고점을 뚫고 하늘로 날아오르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숭배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