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소리

군생활 중 깨달은 것들 (2) 인간관계의 어려움 = 지식의 저주 + 사회적 동물

Dongho150 2024. 10. 19. 15:02

  "인간이 5명이 모이면 그 중에 반드시 1명은 쓰레기가 있다."라는 나루토의 대사가 말해주듯, 많은 사람들이 모인 곳은 언제나 다양한 갈등과 문제가 발생한다. 군대는 그 중에서도 문제 많기로 악명 높은 조직이다. 다행히 나는 운이 좋아 상당히 괜찮은 곳에서 군생활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나름대로 많은 갈등과 문제를 겪기도하고 간접적으로 보기도 했다. 내가 보기에 인간관계에서 문제가 생기는 근본적 원인은 인간이 지식의 저주에 걸린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지식의 저주(curse of knowledge)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상대도 알고 있을 거라고 착각하는 현상"을 말한다. 사실 지식은 물론이며 우리는 타인의 감정도, 입장도 아무것도 알 수 없다. 서로 분리된 개체이기 때문이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에서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생기는 공포와 상처로 인한 마음의 벽이 AT 필드라는 강력한 강제력으로 실체화된다. 

&amp;lt;에반게리온 신극장판 : 서&amp;gt;

  군대에서는 보통 후임병에게 NDS(나다 싶으면 해라)를 상당히 강조하는데 내가 후임병일 때 왜 이것을 그렇게 중시하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냥 선임이 이거해라 저거해라 잘 시키면 된다고 생각해서였다. 사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긴 한다. 하지만 내가 선임이 되어 후임에게 일을 시키면서도 스스로 자기 일을 잘 찾는 후임들이 그렇지 못한 후임들보다 더 맘에 들었기 때문에 선임이 되어서야 NDS를 강조하는 이유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강제 역지사지를 통해 늦게나마 선임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지식의 저주를 극복한 것이다. 그러나 이미 한참 늦은 데다가(그 선임들은 그 때 이미 전역했다.) 보통 역지사지를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훨씬 많다. 
 
  또 하나의 문제는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것이다.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가 없다. 나는 혼자 있는 걸 엄청 좋아하고 외로움도 적게 타는 편이지만 아예 혼자 지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제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은 사람에게 너무나 많이 상처받아서 혼자 살아가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영화를 보면 사람이 혼자 살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영화에서 자꾸 콜센터 직원한테 자기랑 2002년으로 시간여행해서 돌아가자고 전화 거는 빌런이 한 명 나오는데 그게 좀 재밌었다.)

&amp;lt;혼자 사는 사람들&amp;gt;

  이제 문제가 시작된다. (민트 + 초코), (파인애플 + 피자)처럼 (지식의 저주 + 사회적 동물)은 최악의 조합이다.(나는 둘 다 잘 먹는 편이다.) 군대에는 "마음의 편지"라 불리는 고발 제도가 존재한다. 선임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면 후임이 편지로 선임을 고발해 다른 부대로 보내버릴 수 있는 것이다. 나는 편지를 쓴 적도 편지에 이름이 적힌 적도 없었지만 군생활 중 편지에 이름이 적혀 날아가는 사람들이 다 비슷한 사건으로 날아간다는 것을 깨달았다. 날아간 사람들은 보통 외로움을 해소하고자 한 후임과 아주 가까운 관계로 지낸다. 그러다 그 후임에게 선을 넘는 말이나 행동을 해서 날아간다. 가까운 관계가 되다보니 선을 넘어도 된다고 느낀 것일까? 하지만 아무리 가까워도 100% 이해할 수 없는 게 타인의 마음이다.
 
결론은 이러하다.
1. 사람은 혼자 살 수가 없어 타인을 갈구한다.
2. 그러나 타인을 이해하는 일은 어렵다.
3. 그래서 우리는 다투고, 미워하고, 상처받는다.
 
  내 생각에 원활한 인간관계를 위해 우리는 타인의 입장을 최대한 이해해야 한다. 소통, 공감, 역지사지가 방법이 될 수 있으나 이런 방법들로 100% 이해하고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타인과 어느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가까워지고 싶은 본능을 이겨내야 한다. 그래야 오래 기분 좋게 볼 수 있으니까 말이다.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서로를 바라보는 것뿐이다."

- 카프카 -, <변신>

2024.10.17 - [헛소리] - 군생활 중 깨달은 것들 (1.2) 성장의 성질 : 비선형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