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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커 : 폴리 아 되] 리뷰 : "THE WORLD IS A STAGE"

Dongho150 2024. 10. 25. 08:55

 이번에 시험이 끝나 <조커 : 폴리 아 되>를 보고 왔다. 혹평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영화관에 사람이 한 7,8명 밖에 없어서 아주 쾌적했다. 나는 영화도 나름 만족스럽게 봤다. 원래 뮤지컬도 좋아하고 뮤지컬 영화도 좋아해서 그런가 결말부를 제외하고는 엄청 재미있었다. 결말은 사실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고 여러모로 <라스트 오브 어스2>를 떠올리게 하는 것 같다. 스포가 있을 예정이니 싫으면 글을 읽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사실 이 영화가 뮤지컬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이렇게 될 거 같은 느낌이 들긴 했다. 뮤지컬 영화는 안 그래도 호불호가 갈리는데 무겁고 우울한 <조커> 특유의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lt;조커 : 폴리 아 되&gt;

  영화의 단점부터 말하자면, 이 영화는 배트맨의 숙적, 혼돈과 광기의 빌런 조커를 기대하고 영화를 보려고 온 사람들의 뒤통수를 오함마로 세게 내려치는 영화다. 나는 인생영화가 <다크 나이트>인 만큼, 솔직히 <다크 나이트>맛의, 또는 그와 크게는 다르지 않은 "슈퍼빌런" 조커를 내심 기대했다. 그러나 제대로 통수를 맞았다. 심지어 이 영화, 예고편에 나온 장면이 영화에 나오지 않는다.(?)

&lt;다크 나이트&gt; 조커의 병원 폭파 장면

 영화가 이렇게 막나가게 되어버린 이유를 추측해보자면 예술성과 대중성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시도하다 제대로 실패한 것 같다.(나는 예술성은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가 예술성이 있어 평론가 평가도 좋고 대중에게 인기가 있어 손익분기점도 뛰어넘으면 당연히 좋겠지만, 그건 누가 봐도 쉬운 일이 아니다. 예고편으로 관객 기만하기, 배트맨 조커 IP로 관객 납치해서 강제로 뮤지컬 보게하기는 분명히 질이 나쁘다. 

 
하지만 나는 영화를 재밌게 만족하며 봤기에 안좋은 점은 여기까지 알아보고 이제 좋았던 점에 대해 얘기해보려 한다. 영화에서 배트맨의 숙적, 혼돈과 광기의 화신, 슈퍼빌런 조커라는 IP를 어느정도 내려놓는 것이다. 조커(Jocker)의 원래 뜻은 광대이다. 영화 제목이 아서 플랙이었어야 한다는 말이 많은데 사실 광대(Jocker)라는 제목도 영화를 잘 표현한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온 세상은 무대, 우리는 모두 그 위에서 연기하는 광대라고 말한다. 영화의 넘버들 중에서도 <That's Entertainment>에서 이러한 주제가 좀 명확히 드러난다.
 
Everything that happens in life
Can happen in a show
You can make 'em laugh, you can make 'em cry
Anything, anything can go
.
.
.
The clerk who is thrown out of work
By the boss who is thrown for a loss
By the skirt who is doing him dirt
The world is a stage
The stage is a world of entertainment
 
  인생에서 일어난 일들은 쇼에서도 똑같이 일어난다. 온 세상은 무대, 무대는 엔터테인먼트의 세계. 내가 세계를 보는 방식도 이와 같다. 우리는 모두 세상이라는 무대 위에서 춤을 추고, 노래하며, 연기하는 배우다. 설명을 해보자면 이렇다.
 
1. 자유의지로 행한 행동이 아니면 그것은 모두 일종의 연기이다. 
2. 자유의지는 없거나, 있어도 너무나 미약하다.
3.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모두 무언가를 연기하는 배우다.
 
  조금 더 설명을 해보기 위해 연기가 아닌 것으로 여겨지는 상황에 대해 얘기해보자. 사람이 고통을 느낄 때 내는 신음의 크기는 어떻게 결정되는 것일까? 고통의 크기가 크면 그에 정확히 비례해서 신음의 크기가 커지는 것일까? 사실 신음의 목적은 자신의 고통을 알려 도움을 받으려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고통을 느낄 때 신음을 내서 고통을 받는 역할을 "연기"한다. 갓난아기는 주변에 사람이 아무도 없으면 울지 않는다. 갓난아기는 옆에 사람이 있을 때 울음으로서 필요한 것이 있는 아기를 "연기"한다.  후지모토 타츠키의 만화 <파이어 펀치>는 우리는 모두 누군가가 바라는 어떤 역할이 되기 위해 연기를 하며 살아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실 다른 사람만 역할을 부여하는 게 아니다. 어떤 DNA를 가지고, 어디에 태어났는지, 어떤 사람을 만났는지, 어느 학교에 갔는지, 어느 직장에 갔는지,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좋아한다고 생각하는지, 이 세상과 운명이 우리에게 역할을 부여하고 우리는 그것을 연기한다.   나의 경험을 조금 말해보자면 나는 어렸을 때부터 성적과 별개로 "말 진짜 안 듣는 놈", 반항아였다. 그런데 고1에서 고2로 넘어가면서 성적이 크게 올랐고 공부를 잘한다는 이유로 나를 잘 모르는 선생님과 친구들이 자꾸 "모범생" 프레임을 씌워서 실제로 이 때 잠시 모범생처럼 행동했다. 나도 모르게 타인이 부여한 역할에 나를 끼워맞춘 것이다.

&lt;파이어 펀치&gt;


  다시 영화로 돌아가보면, <조커 : 폴리 아 되>에서 아서 플렉은 할리 퀸젤과 대중들이 자신에게 바라는 모습을 연기하기 위해 발버둥친다. 그러나 세상이 아서 플렉에게 맡긴 역할은 조커가 아닌, "조커가 되고 싶은 아서 플렉"이었고 그의 극은 아서 플렉의 허무한 죽음이라는 결말로 끝이 난다. 이런 극은 의미가 없고 가치가 없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보통 영웅이 등장해 목적을 이루고 행복하게 끝나는 극을 좋아하지만 보통 실제로 그런 좋은 역할(삶)을 연기할 수 있는 것은 소수에 불과하다.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극(삶)들은 그게 비극이든, 희극이든 모두 나름의 의미와 가치를 가지고 있다. 
결국 연기에 대해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다음과 같다. 인간은 모두 자신이 원한다고 착각하는(사실은 이것도 자신이 원하는 게 아니다.) 역할을 연기한다. 이것은 세상이 우리에게 부여한 실제 역할과 같을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다. <That's Entertainment>의 가사처럼, 당신은 슈퍼히어로일 수도 있고 범죄자일 수도 있으며 천재일 수도 있고 범부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신이 어떤 극에서 어떤 역할을 연기하든 그것은 분명 의미와 가치가 있다. 그러니까 자신이 원하는 역할을 연기하지 못했다해서, 자신이 생각한 것과 당신의 극의 줄거리가 정반대로 흐른다 해서, 당신이 너무 슬퍼하지 말았음 좋겠다.

스마일~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너무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아라." -푸시킨-